Transcendence
초월경주세계문화엑스포 기념전시실의 내부 공간에는 아무런 조명이 없고, 대릉원의 곡면을 딴 커브에서 가끔씩 회벽칠에 섞인 가는 알갱이들이 미세하게 반짝인다.
빈 공간은 건축가의 작품 자체이기도 해서, 바닥과 벽면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천장에 난 3개의 구멍을 통해서만 설치가 가능했다. 그 좁은 틈을 뚫고, 우리는 무엇을 허공에 채울 수 있을까. 장님 코끼리 더듬듯 시작한 프로젝트. 소위 공기 연장이 되었지만 주어진 시간은 리서치와 제작 포함 6개월 남짓이다.
지나고 나니 부족했던 시간만 탓하기에는 무언가 큰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의 것을 소중히 여기고 빛내야 한다는 부름에, 지금의 미디어 아티스트라면 그 소명에 부응하는 무언가를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 유산이 남기고 간 메시지를 해석해내고 전달해야 하는 번역자의 마음이 불꽃처럼 타오르던 순간.
초월(超越 Transcendence, 招月 Invitation to the Moon Palace ‘월성(月城)으로의 초대(招待) 약자이기도 한) 설치 작품은 경주 월성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내부 공간을 Kinetic light art installation으로 채운다. 세 부분, 즉 3 parts/characters/theme (Pilgrim, Engineer, and Artist)로 구성된 ‘세계 속의 신라인’, ‘신라 속의 세계인’이란 문화 통섭적 스토리를 함축하는 각각의 조형 작품이다.
이 가상의 3인의 인물들(characters)은 경주와 신라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달’과 ‘빛’을 품은 공간에 초대된 분명 자랑스러운 ‘한국인’이자, 위대한 ‘세계인’이다.
첫 번째, 우리가 순례자(Pilgrim)의 빛이라 부르는 붉은 조명은 감은사 사리장엄구 보주 장식을 해석한 형태의 디자인으로 화염을 상징한다.
두 번째, 엔지니어(Engineer)의 빛은 다양한 층위의 스토리로 구성되었다. 물→땅→하늘로 점점 올라가는 10개의 층, 각 레이어의 장식품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의 국보와 보물, 통일신라 시대 문화재, 월지에서 출토된 유물을 재해석한 장식품으로 채워졌다.
상단의 대형 구는 탑의 상륜부라는 강한 상징성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발전시켰고, 황금의 나라인 신라 유물들의 속성을 본받아 금도금 처리를 했다. 층별 장식품과 다양한 캐릭터 역시 모두 도금 장식들이다. 금관, 금제 드리개와 띠 등 신라와 통일신라 시대 국보와 보물을 중심으로 경주에서 출토된 대표적 문화재 중 토기와 불상, 보주 장식, 보상화무늬들은 주요 장식과 패턴으로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각각의 층들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데 이는 기계공학, 기어 엔지니어링과 모터 제어의 핵심적인 솔루션이 담긴 것이다. 서로 엇갈리며 지나가는 듯하지만 영원히 평행선을 그리며 돌고 돌아 다시 그 자리에 있다. (기념전시실 주제작품으로 permanent installation의 영광을 누렸지만 작품 하자보증이 무려 3년이다! 대부분 작가들의 작품 AS 기간이 평균 1년임을 감안할 때, 오랜시간 작동되는 미디어 아트, 시간이 지나도 견디는 조형물 설치를 요구한 것이다.)
중심에 자리한 LED 스팟의 빛을 받아 유리로 된 크리스탈 팬던트는 자연광이 들어오는 공간에서 프리즘 효과를 연출한다. 주변을 감싸며 은은하게 드리우는 그림자와는 달리, 벽에 부서지고 반짝이는 빛의 편린들을 만들어 낸다. 금도금으로 처리된 장식의 표면이 반사되는 효과와 더불어 얇은 조각이 2~3겹으로 되어 있어 깊이감을 주고, 전체 구 형태에 입체감을 더한다. 무언가 금동화불처럼 표면을 에워싸는 듯하면서도 금관과 허리띠 장식처럼 매달려 있고 연결된 것이다.
작품의 구조와 설계를 탑의 상륜부와 같은 상징적인 조형물 형태로 제작하고자 한 이유는 통일신라 건축과 예술에서 발견되는 여러 반복적이고 지시적인 패턴, 즉 ‘빛’을 해석하는 불교미술과 건축물에서 드러나는 모티브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공간 중앙에 자리한 엔지니어 작품은 물(바다)→땅(육지)→하늘(이상향) 순서로 올라간다.
지름(π)이 제일 큰,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너비와 비주얼은 ‘불국토’의 상징계로 볼 수 있다. 경주 귀신들에게는 그곳이 저승이 아니다. 그 사이사이 각종 수막새(사자, 연화문, 보상화) 무늬 역시 통일신라 시대 유물로 주로 국립경주박물관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다시 재현한 이미지들이다.
세 번째, 아티스트(Artist)의 빛은 일본 정창원에 소장된 통일신라 시대 자초랑 댁 카펫 장식에서 영감을 받아 그 아름다운 무늬와 색감을 상상하며 디자인으로 옮겨왔다.
전시실 내부 비상등 외에, 인공조명 장치가 없고 오로지 천장의 채광창을 통해서만 빛이 들어오는 공간에서, ‘빙글빙글’, ‘반짝반짝’, ‘첩첩첩첩’… 회전하는 가운데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 역사 속 인물들은 스스로 빛의 향연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전부 다 읽어내지 못했지만,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지금, 현재 우리가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유명세와 업적,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특정 장소의 아우라를 넘어, 모든 시대의 정보와 국경의 배경이 흐려진 곳에서도 예술의 가치는 시공간을 초월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Transcendence
– Invitation to the Moon Palace
Artist: Bang & Lee
Architect: Kuma Kengo
Construction: Sigong Munhwa
Organization: Gyeongju World Culture Expo
Installation completed: 14 March 2018
The official public opening of the Gyeongju World Culture Expo Memorial Center: 18 March 2019
초월
– 월성으로의 초대
시공간을 초월(超越)하여 존재하는 문화예술의 가치와 월성(月城)으로의 초대(招待)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공간 설치 작품이다. 세 부분으로 구성된 각기 다른 형태의 설치 작품은 빛과 그림자를 통해 공간을 채우며 생성과 소멸이 공존하는 장소를 표현한다. 빛의 발산과 반사, 투영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와 움직이는 키네틱 라이트 아트 설치의 회전과 순환, 반복으로 중첩되는 이미지는 ‘월성'을 모티브로 한 초월적 존재와 스토리를 재구성한다. 전시실 내부 공간은 순례자(Pilgrim), 엔지니어(Engineer), 아티스트(Artist)와의 조우를 상징하는 향연의 장으로 실크로드의 문화와 교류,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의 ‘신라인’과 신라의 ‘세계인’을 상상하게 한다. 문화 대통합이란 주제를 바탕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유산의 의미를 되새기고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현대적인 제작 방식으로 과거의 눈부신 과학과 예술의 가치를 빛이 연출하는 시각적 언어로 전달한다.
Transcendence
– Invitation to the Moon Palace
Transcendence is a commissioned space installation work which implies the value of art and culture existing beyond time and space and it also means the invitation to the Wolseong (月城, literally “Moon Palace”). Three different forms of installations fill space with light and shadow, and represent a place where creation and extinction coexists. Images that overlap with rotation, circulation, and repetition of kinetic light art with the shadows generated by the emission, reflection, and projection of light reconstruct the transcendent existence and stories based on the motif of Wolseong. The interior space of the exhibition room symbolizing an encounter with Pilgrim, Engineer and Artist in a banquet envisions the culture and exchange of the Silk Road and allows the audience to imagine people of Silla in the networked world and citizen of the world in Silla. Based on the theme of cultural grand integration, it conveys the meaning of heritage that affects past, present and future as well as expressing the values of the brilliant science and art in the history as a visual language that reflects the past through new technology and contemporary production meth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