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에세이] 찰나의 순간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우리는 현재 인공지능이 가져다줄 미래에 대해 다양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너무나 빠른 기술 발전 속도에 놀라며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다줄 미래에 대해 예측하는 것조차 힘든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과학 기술은 가치 중립적인 면이 있다. 지적 호기심으로 연구하고 그 결과가 가져다주는 결과물에 희열을 느낀다. 과학자는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기술의 한계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이는 기술 개발이 미래 사회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자유롭고 대범하게 상상하는 기회를 놓치게 할 때도 있다. 예술가의 상상력은 이로부터 자유로워 제한이 없으며, 과학으로 다 그리지 못하는 미래의 모습을 예술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확장해 과학자의 상상력을 다시 자극한다. 인간 두뇌의 동작 원리를 모사하여 인공지능을 하드웨어로 구현한다는 뉴로모픽 반도체 기술이 현실화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예술가의 시선으로 함께 상상해 보며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하는 것이 예술 작품을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자에게 과학과 예술의 만남은 다소 생소한 일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역사적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과학과 미술을 함께 다루던 천재가 존재한 적도 있지 않은가. 사실 어쩌면 과학과 예술이 추구하는 바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하는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연구를 통해 세상을 분석하고 상상력과 통찰력으로 자신이 제시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자신들의 언어로 세상에 풀어낸다. 다른 언어를 사용할 뿐 세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비슷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뇌를 모사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두뇌를 모사할 수 있을 만큼 두뇌의 동작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이렇게 복잡한 유기체가 지능을 가질 수 있는 원리가 무엇일까. ‘스파이크’ 신호 전달을 두뇌 정보전달의 핵심 아이디어라고 말하지만, 너무 단순하게 요약하여 이해한 것은 아닐까. 단순함으로 복잡성을 설명할 수 있을까. ‘스파이크’ 다음으로 오는 패러다임은 무엇일까. 끊임없는 근본적인 물음에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연구 과정에서 인간이 창조된 섭리에 대한 놀라움과 신비함을 매번 깨닫는다. 두뇌를 하드웨어로 모사해 낸다면 우리가 인간을 이해한 것일까. 뉴로모픽 기술은 인간에 대한 탐구도 함께 필요로 하는 학문인 것 같다. ‘스파이크’ 발현처럼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어느 순간 유레카(Eureka)를 외치는 순간이 오면 좋겠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는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와 함께 때로는 두려움이 공존한다. 기술이 주는 혜택도 있지만 기술이 야기하는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에 대해 조심스럽게 염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선함을 믿는다. 뉴로모픽 반도체 기술이 두뇌를 잘 모사한 것이라면, 인간의 선한 가치를 잘 따르는 인공지능 기술 구현이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하며, 뉴로모픽 반도체 기술이 열어갈 미래 사회의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에 밝은 미래와 함께하길 희망한다.

100여 년이 흐른 뒤, 어쩌면 뉴로모픽 반도체 기술이 생활 속 인공지능 기술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시대의 사람들이 지금 이 시대의 작품을 감상했을 때, 그 시대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을 얘기하고 있음에 진부함을 느끼며, 오래전 예술 작품을 통해 제시한 미래 세계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하는 작품으로 남으면 좋겠다. 우연찮게 시작했던 생소한 예술과의 만남이 나의 연구 인생에서 소중한 추억으로 남으며 지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박종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인공뇌융합연구단 선임연구원
박종길은 2014년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재직 중이다. 두뇌의 신경망을 모사하여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뉴로모픽 반도체 설계 기술과 인간의 두뇌에서